“아이언맨과 헐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미국의 만화시장은 슈퍼맨, 배트맨을 가지고 있는 ‘DC코믹스’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같은 주인공을 보유한 ‘마블 코믹스’로 양분된다. 그리고 이제 이 캐릭터들은 만화책을 뛰쳐나와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음을 당신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아이언맨과 헐크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정답을 알려주겠다. ‘스탠 리(Stan Lee)’가 이긴다. 어벤저스 팀 전원과 엑스맨에서 제일 약한 캐릭터가 싸워도 누가 이길지는 스탠 리만이 안다. 스탠 리가 도대체 누군데?

 

 

그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이제부터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의 목록을 읽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판타스틱4, 엑스맨, 아이언맨, 헐크, 토르, 데어데블, 닥터 스트레인지 등등등등등.” 스탠 리는 이 영웅들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하지만 그를 단순하게 만화가라고 부를 수 없는 진짜 이유는 이 모든 히어로들을 만화책에만 가두지 않고, 실제 세상처럼 각각 관계를 통해 성장과 좌절을 경험하는 ‘마블의 세계관’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그 세계를 통해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 같은 주인공들은 언제나 영웅의 풍모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때론 철저하게 악인이나 아주 재수 없는 쓰레기 같은 인물로도 묘사된다. 그리고 각자의 이권에 따라 영웅들이 편을 갈라 싸우기도 한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은 그런 법이니까. - 영웅이라고 다를쏘냐?


그리고 스스로 창조한 세계 덕분에, 역설적으로 스탠 리는 더 이상 그 많은 영웅을 혼자 독점할 필요가 없어졌다. 다른 무수한 작가가 스탠 리의 영웅들을 리메이크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한 명의 만화가가 하나의 만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인공이 다양한 작가를 만나면서 새로운 스토리로 재탄생하며 이어지는 셈이다. 이 작업은 이 시대의 재주꾼들에 의해 이어졌고, 지금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스탠 리는 영원할 것이다.”

“전 예언자는 아닙니다만 만화책이 언제나 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책을 손에 든 채 각 장의 이야기를 읽고, 그걸 말아뒀다가 주머니에 쑤셔 박고, 나중에 두고두고 읽었다가 친구에게 보여주고, 그걸 들고 다니다가 책장에 모셔두고, 시리즈를 모아서 진열해 둔 뒤에 시리즈로써 또 한 번 읽어보는 것, 그 이상의 순수한 재미와 기쁨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아이들은 언제나 그걸 사랑했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1922년생인 스탠 리는 79세가 되던 해인 2000년 5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는 90세가 되었지만, 아직도 자신의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에 카메오로 이니셜을 남기며 ‘만화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오늘까지 세상에 증명하고 있다. 2000년 여름 개봉된 <엑스맨>을 시작으로, <스파이더맨>, <판타스틱4>, <아이언맨>, <헐크>, <토르>, 그리고 <어밴져스>까지 스탠 리의 만화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가 되었고 앞으로도 여름만 되면 세상에 등장할 것이다. 스탠 리가 죽더라도 그의 영웅들은 만화와 영화로 계속 지구를 지키면서 스탠 리라는 크리에이터를 찬양할 것이다. 최소한 앞으로 100년 이상은 말이다. 소모품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 확장될만한 크리에이티브. 우리 펜타브리드도 디지털 생태계에서 이런 특별한 세계를 만들고 확장해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