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OF PLATFORM 굴림체는 구림체

 


 

누구나 한 번쯤 대학 시절이나 신입 사원 시절 굴림체를 쓰다가 혼나거나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목격하는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디자인을 배우기 전에는 굴림체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제는 성의 없는 디자인의 상징인 폰트로 전락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굴림체는 왜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으며 정말로 굴림체는 디자인적으로 ‘구림’체일지, 이번 호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굴림체의 대중화와 태생에 의한 역풍

[이미지] 스브스뉴스 

 

굴림체는 일본의 ‘나루체’를 기반으로 만든 서체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70년대에는 한글 서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못해 꽤 신선한 서체였으며, 개인용 컴퓨터의 도입과 Windows 3.1에 기본으로 설치되며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로 작업 되는 모든 문서와 디자인에 무분별한 사용으로 점차 지겨운 글꼴로 인식이 변모되고 더욱이 일본에 대한 반감이 큰 한국의 정서상 일본 기반의 글꼴이라는 태생부터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새로운 글꼴 개발에 탄력을 받아 우후죽순으로 폰트가 생성되기 시작한 2000년대에는 성의 없는 글꼴의 대명사로 전락되었고, Windows Vista부터는 ‘맑은 고딕’이라는 새로운 서체가 기본 글꼴로 채용되며 굴림체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복고 열풍에 의한 굴림체의 부활

[이미지] MBC 무한도전

 

사장될 것만 같았던 굴림체는 갑자기 불어온 복고 열풍에 의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였습니다. 2010년 즈음부터 시작된 복고열풍은 다양한 문화에서 80~90년대의 감성을 요구하였고 이에 디자인 업계에서도 복고 열풍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그 시절의 노래나 영화 자막에 사용되었던 굴림체였으며, 이전까지 등한시되었던 서체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도 굴림체는 번거로운 효과 없이도 그 시절의 감성을 적절히 전할 수 있다고 평가받으며 복고 컨셉의 디자인 작업물이나 영상 등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굴림체의 재평가와 재해석


[이미지] 산돌커뮤니케이션

 

이후 일각에서는 굴림체를 재평가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굴림체를 사용하여 심플하게 디자인을 하거나, 굴림체를 재해석하여 만든 서체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산돌에서 나온격동굴림은 많은 디자이너에게 꽤나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굴림체는 한때 대중화된 서체에서 성의 없는 서체로, 그리고 다시 시대적 재평가를 받고 있는 서체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인식은 쇠퇴기의 굴림체의 단면적인 이미지가 강해 소위 구림체라는 인식이 더 큰 것 같아 아쉽습니다. 

 

 

 

마치며

디자인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만의 규칙에 사로잡혀서 폐쇄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인데 이럴 때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정면 돌파할 경우 의외의 해결책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서체 선택 과정에서 우리는 굴림체를 막연히 거부하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이 칼럼을 보셨다면 디자인 시 한 번쯤은 굴림체로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실패할 확률도 있겠으나 어쩌면 의외의 작업물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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