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증강현실 

누구나 판타지를 꿈꾼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현실에서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고, 현실의 모습을 담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그 상상을 우스꽝스러운 그림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현실 이미지에 가상의 그래픽이나 텍스트, 영상 등을 오버레이 시키는 증강현실 기술은 이런 인간의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리라. 하지만 바쁜 현대인은 닥쳐오는 상황에 지칠 대로 지쳐서 TV를 보는 것도, 신기술이 가득한 매거진을 정독하는 것도, 미술관에 가는 것도 귀찮고 힘들다. 그런 현대인에게 상품을 홍보한답시고, 모바일 앱을 깔고 마커를 스캔하는 매뉴얼을 주는 것(일반적인 증강현실 광고기법)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판타지로 가득한 펩시의 버스정류소

펩시는 카메라로 입력받은 실시간 이미지를 버스정류소의 화면에 실시간 출력하여 유리창과 같은 효과를 주고, 동시에 판타지를 담은 그래픽 이미지를 실시간 합성하여 버스정류소에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분명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현실인데, 그 현실에는 맨홀 뚜껑에서 나온 괴생물체가 사람을 집어삼키기도 하고, UFO가 하늘에 출몰하기도 하며, 호랑이가 유유히 거리를 거닐며, 풍선을 탄 사람이 하늘을 날기도 한다.

 
 
 

답은 ‘보이지 않는 하드웨어’에 있다.

사실 증강현실은 최근 5년 사이 어떠한 기술보다도 일반화되고 발전되었다. 이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적으로 새롭지 않은 증강현실로 어떻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는지다. 대부분의 증강현실 기술은 디스플레이 장치 중 주로 모바일을 동반해왔다. 본 사례와 같이 모바일을 사용하지 않고 카메라로 입력받은 실시간 이미지를 대형화면에 출력함으로써 마치 유리창을 통해 밖을 보는 듯한 효과를 주는 기법은 오프라인 광고에서 간간이 쓰이는 방법이다. 화면 디스플레이가 하드웨어로 인식되지 않고, 항상 접하는 창문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그 몰입감이 뛰어나다. 다시 말해 일상-항상 보아오던 창문으로 보는 일상-으로 인식되는 이미지에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들어왔기 때문에 그 반전효과가 폭발적인 것이다. 

유리창 효과의 스크린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끄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일상’이다. 익숙한 일상을 사는현대인을 위한 위로, 일과를 시작하고 마치면서 바라보는 버스정류소 창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그 이유다. 그들을 위해 일상을 대표하는 버스정류소나 거리 등의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자. 그들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려 말고, 그들이 보고 만지고 듣는 일반적인 물건을 통해 다가가자. 위트있는 놀라움을 선사하려면, 놀라움에 주목하지 말고, 그들의 일상에 애정을 갖자. 사용자에게 많은 것을 시키지도, 기대하지도 말자. 있는 그대로의 그들과 그들의 일상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