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 방송과 신문에 ‘올해의 10대 뉴스’ 같은 1년을 결산하는 기획들이 천지다. 거기서 힌트를 좀 얻었다. 1년간 샤우트를 통해 11명의 크리에이터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했다. 혹시 당신이 빼먹은 인물이 있을지도 모르니 이번 달은 다시 한번 복습이다. 아다치 미쓰루는 H2를 그린 일본의 국민 만화가이다. 그는 야구를 빙자한 첫사랑의 시즌을 아주 오묘한 감정으로 우리에게 전달했다.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첫사랑 진행 중’이라고 델리스파이스가 부른 노래 <고백>을 함께 들으면 더욱 좋다. 2월과 3월엔 시리즈로 IBM의 로고를 만든 폴 랜드와 매킨토시의 디자이너 하우트무트 에슬링거를 소개했다. 두 사람 모두 공히 ‘디자인과 광고의 제왕’이라고 말할 만한 무시무시한 인물들이었다.

 
 

20세기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비틀즈>를 이끈 혁명가와 시인 -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도 만났으며, ‘몸’이라는 가장 원시적인 언어를 예술로 만들어준 이사도라 던컨, Think Small로 세계 광고사의 변곡점을 제시한 빌 번벅, 그리고 지구가 종말 할 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명품브랜드로 남을 것이 분명한 오드리 햅번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안자이 미즈마루(그는 올 봄 타계했다)를 통해 나는 ‘하루키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시대, 어느 도시 어딘가에 있겠지만, 미즈마루처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미즈마루 밖에는 없다.’라는 문장을 써 보았다. 그리고 가을쯤엔 감추고 싶고 지우고 싶은 찌질한 청춘의 기억들을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는 ‘고약한 영화감독’ 홍상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달 샤우트 300호의 특집으로 내게 이 연재를 시작하게 만든 ‘최고의 크리에이터’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를 썼다. 위대한 크리에이터들과 만나다 보니 겨울이 왔다. 겨울이 오니 한 해가 또 간다. 눈이 오면 새 해가 올 것이다. 내년에도 위대한 크리에이터를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Be Happy.